외로운 사나이, 장제스

 ……장개석이 구금된 후 1주일이 자니면서부터, 사실을 은폐하려는 남경정부의 노력은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감추어진 사실이 새나가기 시작하더니 곧 큰 구멍이 뚫리고 말아싿. 8개 항목의 요구조건이 지하신문을 통해 광범하게 유포되면서 대중들은 서북 지역의 의도가 내전을 벌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전을 중지하자는 것임을 점차 알게 되었다.(생략)



 장개석의 구금 소식이 전해지자 남경에서는 이내 권력장악을 위한 음모가 싹트기 시작했다. 군정부장으로서 야심에 차 있는 하응흠(何應欽)은 당시 남경정부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던 국민당 내의 친일적인 '정학파(政學派)' ─ 8개 항목의 요구조선 속에서 주로 반대의 화살이 겨냥된 대상이 바로 이들이었다. ─ 와 긴밀한 유대를 맺고 '응징적인 토벌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하응흠의 이러한 주장은 파시스트적 경향이 강한 황포군관학교 출신파와 남의사, 왕정위파(실권에서 밀려난 재야), 서산회의파(西山會議派), C.C파, 남경이 있는 독일 및 이탈리아 고문단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들에 반대하는 세력은 이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하여 국민당 내의 진보파와 친미파, 친영파, 친로파(親露派) 연합전선 지지세력들을 정치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정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응흠 장군은 정부군 20개 사단을 동원해 하남 ─ 섬서성 경계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또 항공기 편대들을 서안부로 보내 그 상공을 위협 비행케 하고 보병부대로 하여금 반란군 전선을 시험적으로 공격하도록 만들었다. 남경정부가 보유한 몇몇 항공기(총통의 '50회 생일을 축하하는 선물' 로서 항일을 위해 헌납된 항공기)는 섬서성 변경 인근에 있는 위남(渭南)과 화현(華縣)을 시험적으로 폭격하여 다수의 공장노동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큰 문제는 장개석이 서안에 구금된 상태 속에서도 여전히 남경정부 내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여, 자신의 신체적 생명이 아니라면 정치적 생명의 종결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 소모적인 내전의 발발을 예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남경과 상해에서는 장개석의 처남이자 중국 중앙은행 총재인 송자문(宋子文)과 수상대리 공상희(孔祥熙)가 송미령과 함께 장개석의 개인적인 지지 세력을 규합하여, 남경의 더 반동적인 세력들이 '응징적인 반공토벌전' 이란 구실 아래 공격을 개시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서안에서 장개석은 급속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총통은 구금된 직후부터, 어쩌면 자신의 극악한 '배신자' 는 서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경에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을 깊이 헤아린 장개석은 자신의 희생자가 되고 하응흠 장군이나 그밖의 다른 인물이 그 시체를 딛고서 독재권력을 장악하게끔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쪽으로 결심했음이 분명했다.


 중국의 붉은 별, 에드가 스노우, pp 125~126




 중국의 붉은 별은 존 리드의 러시아 혁명기록인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더불어 양대 르포르타주 일 정도로 대단한 기록물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서안사변 이전 공산당을 서양 기자가 직접 밀착 취재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해보면)


 아무래도 공산당 간부들과 동거동락한 에드가 스노우의 성향으로 ㅄ같은 국민당, 초인적인 영웅들인 공산당 이라는 구도를 계속 취하고 있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이긴 하나,


이 무렵 장제스가 되려 공산당 보다도 국민당 때문에 목이 위험한건 분명합니다. 공산당 입장에서야 장제스가 죽어서 얻을 이득보다 살아서 손을 잡는 편의 이득이 훨씬 컸으니……


국민당 내에서는 장제스가 뻔히 살아있는데도, 마치 이미 죽은 사람처럼 '응징적인 토벌전' 을 주장하는 부류가 있었는데,

이건 사실상 장학량이나 공산당 보고 장제스 목 좀 대신 따주라는 의미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중에 중일전쟁 때도 마찬가지지만 장제스는 공산당, 산시성 먼로주의 드립치는 군벌등은 물론이고 이렇게 같은 당 안에서도 

뒤통수 치려는 사람들이 득실득실 했습니다.

물론 대만에서는 왕 노릇을 제대로 했지만……



ps : 여담으로 이때 공산당 쪽에서 갇혀 있는 장제스를 처음 만난 사람이 저우언라이 입니다.

장학량에 붙잡혀서 심신양면으로 지치고 극도로 긴장해 있을 장제스가, 방에 들어와서 인사하는 저우언라이를 처음 보았을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상상하면 흥미롭습니다. 해당 책에서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고 한다.' 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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