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인들의 세계관

 欲富國者務廣其地(욕부국자무광기지) : ‘나라를 부하게 하려는 자는 땅을 넓히는 일을 힘쓰고 

欲彊兵者務富其民(욕강병자무부기민) : 군사를 강하게 하열는 자는 백성이 부하기를 힘쓰고 

欲王者務博其德(욕왕자무박기덕) : 임금의 길을 행하려는 자는 덕을 넓히기를 힘쓴다.’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三資者備而王隨之矣(삼자자비이왕수지의) : 이 세 가지의 자격이 갖추어지면 왕업은 그것에 따라서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今王地小民貧(금왕지소민빈) : 지금 임금의 땅은 작고 임금의 백성은 가난합니다 

故臣願先從事於易(고신원선종사어이) : 그런 까닭에 나는 먼저 쉬운 것부터 착수하시기를 원합니다 

夫蜀(부촉) : 촉나라는 

西僻之國也(서벽지국야) :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로서 

而戎翟之長也(이융적지장야) : 오랑캐 주의 으뜸입니다 

有桀紂之亂(유걸주지란) : 그 임금에는 걸왕과 주왕에 비길 만한 난행이 있습니다 

以秦攻之(이진공지) : 진나라의 힘으로써 이를 공격하는 것은 

譬如使豺狼逐(비여사시랑축군양) : 마치 호랑이로 하여금 양때를 쫓게 하는 것과 같으니 

得其地足以廣國(득기지족이광국) : 토지를 얻으면 나라를 넓힐 수도 있고 

取其財足以富民繕兵(취기재족이부민선병) : 재물을 취하면 백성을 부하게 할 수 있으며 

不傷衆而彼已服焉(불상중이피이복언) : 군사는 무기를 수선하고 백성을 상하지 않도록 하면 저쪽 나라는 쉽게 복종할 것입니다 

拔一國而天下不以爲暴(발일국이천하불이위폭) : 그 위에 한 나라를 항복받았다고 해서 천하는 이것을 난폭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며 

利盡西海而天下不以爲貪(리진서해이천하불이위탐) : 서해의 이익을 몽땅 취했다고 해서 천하는 이것을 탐욕하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是我一擧而名實附也(시아일거이명실부야) :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거에 명예와 실리를 얻는 바가 될 것이고 

而又有禁暴止亂之名(이우유금폭지란지명) : 게다가 난폭을 금하고 혼란을 그치게한 명분까지 있게 될 것입니다 




사기의 '장의열전'에 나오는 부분인데, 장의는 BC 4세기 경에 활동하는 정치가 입니다.


이 부분은 진나라(중국을 최초로 통일하는 그 나라)가 이제 막 상앙의 변법 등으로 힘이 강해지려는 찰나, 



'중국의 중심으로 먼저 진격을 하는가' 


이게 아니면


'먼저 후방의 촉 지방을 병합해서 국력을 크게 하는게 먼저인가' 


에 대한 논의였는데, 여기에 대해 장의는 전자에 동의하고 '사마착' 이라는 장군은 이에 반대하고 후자를 주장했습니다. 이 당시 촉 지방은 독자적인 문화의 색깔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고.




이에 당시 진나라의 군주였던 '혜문왕' 은 사마착의 의견에 동의를 했는데, 이는 결국 대성공으로 끝나 진나라의 힘을 막강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최대의 적인 초나라를 양쪽에서 후려 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각설하고,



여기서 사마착은 촉 지방을 병합하는게 "쓸모 없는 짓" 이 아니라는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그 정복의 이로움을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서해의 이익' 운운하는 발언이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남중국해와 황해를 접하고 있지만 서해나 북해 등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을 보면, 과거 중국인들은 '서쯕으로 가면 바다가 있을것' 즉, 세계는 바다로 둘러 쌓여 있다고 생각했다고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사마착 개인의 의견이니, 당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의식을 공유하진 않겠지만 그런 의견이 있었다는것 정도는 알 수 있고.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200년 정도가 지나, 전한 한무제 시절 장건이라는 인물이 서쪽으로 '직접' 가 본 일입니다. 장건은 현재 구소련 동남쪽의 소그디아나(Sogdiana) 지방까지 나아갔는데, 당연히 바다 같은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이 장건이 다녀와서 한무제에게 올린 보고를 요즘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꽤 재밌습니다.


이를테면,



"신이 대하에 있을 때 공(邛)에서 생산되는 죽장(竹杖)과 촉(蜀)에서 나는 베를 보고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대하 사람들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나라 상인들이 신독(身毒)의 시장에서 사온 것입니다. 신독은 대하의 동남쪽으로 수천 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 풍속은 정착생활을 하고 대체적으로 우리 대하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날씨는 불순하고 습하며 여름에는 몹시 덥다고 했습니다. 그 백성들은 코끼리를 타고 싸웁니다. 그 나라에는 아주 큰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 




여기서 신독은 바로 힌두(Hindu), 즉 인도를 말하는 겁니다. 그 전까지 미지의 존재였던 인도가 처음 중국에 알려진 계기인데, 그런 점을 고려하고 보면 꽤 재미있는 부분이죠. 큰 강이 흐른다는 언급은 갠지스 강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또 다른 언급을 보자면,


"안식(安息)은 대월지의 서쪽 수천 리에 있습니다. 그들의 풍속은 정착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고 벼와 보리를 경작하고 포도주를 생산합니다. 성읍은 대원과 비슷하며 나라에 속한 성읍은 대소 수백 개가 있으며 땅은 사방 수천 리에 달해 그 중 가장 큰 나라입니다. 


규수(嬀水)가 흐르고 있고 시장이 있는데 백성들이나 상인들은 수레와 배를 가지고 인접한 나라나 수천 리 되는 먼 곳을 다니며 장사를 합니다. 은으로 돈을 만들고 그 표면에 왕의 얼굴을 넣고 왕이 죽으면 재빨리 동전을 바꿔 왕의 얼굴을 다시 넣습니다. 그들은 가죽 위에 글을 써서 기록합니다. 그 나라 서쪽에는 조지(條枝)가 있고 북쪽에는 엄채(奄蔡)、여헌(黎軒)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식은 다름 아닌 파르티아 입니다. 중국 보다는 오히려 로마 관련해서 알고 있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은에다 돈을 만들고 왕의 얼굴을 박아 넣는다' 는 식의 언급은,



바로 이런걸 말합니다(해당 인물은 파르티아의 미트리다테스 1세). 지금 우리가 보면 별 인상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2100년 전에 장건은 처음 이런걸 보았다는 점을 생각하면(혹은 소문을 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문명간의 교류사 라는게 이런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완열전' 에서 하나의 기록을 더 보자면,

조지(條枝)는 안석의 서쪽 수천 리 되는 곳에 있고 서해에 맏닿아 있습니다. 기후는 덥고 습합니다. 농사를 짓고 벼를 경작합니다. 큰 새가 있는데 그 알이 마치 항아리와 같이 큽니다. 사람은 매우 많은데 가는 곳마다 소군장(小君長)들이 있습니다. 안식은 이 나라를 복속시켜 속국으로 삼았습니다. 안식의 장로는 조지에는 약수(弱水)와 서왕모(西王母)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지는 몇가지 말이 있는것 같긴 하지만 대체로 시리아를 가르킵니다. 그런데 장건이 파르티아의 장로에게 들으니, 신독에는 서왕모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럼 전설상의 곤륜산과 전설의 서왕모가 시리아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생각을 해도 재밌는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사공은 장건의 여행을 바탕으로, "산해경 이 책이 구라 한번 제대로 쳤구만 ㅉㅉ" 정도의 반응을 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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