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년 이극용이 사망하고, 이존욱이 하동 절도사 겸 진왕(晋王)이 될 당시에 후량의 군대는 노주까지 포위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사소가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물자가 바닥을 보이는 위급한 상태.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이존욱은 노주에 대한 포위를 풀어내고 후량을 상대로 연전연승, 그리고 이존욱의 부하 주덕위가 유수광을 물리치고 연나라 지방을 병합, 거란 야율아보기의 침입을 막아내고 후량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곽숭도를 파견해 전촉까지 멸망시킵니다. 925년 무렵에는 지도에 표시된 후량, 전촉, 연, 기나라 지방이 모두 후당의 영역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이존욱은 거의 천재적인 군사역량을 보여주는데, 후량을 상대로는 사실상 "단 한번도" 진적이 없습니다. 타격을 입어도 저쪽은 더 타격을 입고...되려 후량이 그렇게 지면서도 923년 무렵까지 버틴게 신기할 정도로 싸우기만 하면 다 집니다.
실제로 주전충은 이존욱의 아버지 이극용을 상대로는 밀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존욱이 등장하자 나중에는 겁에 질려 달아나는 추태까지 보여줍니다.주전충은 패전때문에 정신적인 타격까지 입었고, 그 뒤를 이은 아들들도 비슷한 처지.
보통 주전충 하면 악랄한 양반 정도로만 떠올리는데, '수당오대사 - 당말의 민중반란과 오대의 형세' 를 보면, 역으로 주전충이 농사와 양잠을 권장하여 후량의 생산성을 높인 부분을 언급합니다. 그렇게 패전만 했는데 그래도 막판까지 버틸 수 있었던게 이런 이유때문이라면서...
거란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야율아보기 시절부터 거란은 남진을 여러차례 시도하지만, 이존욱에게 (특히 거란을 막는 전쟁에서, 나중에 후당 명종이 되는 이사원이 활약합니다)저지 당해서 실패합니다.
그 포스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해서, 야율아보기의 부인인 술율평述律平(이 사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팔 하나를 자를 정도로 강철의 여인입니다) 이 "진왕은 대적할 수가 없는 사람" 이라면서 야율아보기가 싸우지 않게 설득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전촉까지 포함한 판도는 당시에는 압도적입니다. 게다가 형남 역시, 그 수장인 고계흥이 이존욱에게 신하를 자처하고 상경을 올 정도의 위치이기도 했습니다. 이무정의 기나라의 경우도 924년 이존욱에게 항복했고. 아마 그 당시 기세를 이어갔다면 통일 왕조의 초대 군주로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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