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환관 동관 생각보다는 걸물이네요.

 송사 동관 열전을 번역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호지로 동관을 접한 저는 지금까지 동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간신, 환관, 간사함 이 정도였는데 열전 번역을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니까 보통 인물이 아니네요.

환관의 양자로 들어가서 20살 즈음에 거세를 하고 환관이 되었다가
궁중에서 거의 20년을 이상을 환관으로 살다가, 휘종이 즉위하면서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요.

우선 체격이 우람하고, 머리가 비상하고, 눈치가 빨라 휘종의 비위를 정말 잘 맞췄나 봅니다.

중요한 것은 장수의 능력도 있는데, 동관 자신의 용병술보다는 장수 발탁에 탁월한 눈이 있더군요.

1104년 즈음에 서북쪽에 강족이 쳐들어와서 희하난황 지역이 초토화가 됩니다.
한충언 등은 이곳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왕후라는 인물이 상소를 올려 
강족에 맞써 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틈에 채경과 동관이 셀프천거를 하여 동관이 총사령관에 임명됩니다.

동관은 즉시 왕후를 주장으로 발탁하고, 군을 이끌고 서북쪽으로 진군합니다.

당시에 휘종은 도교를 깊게 숭상하고 있었는데, 궁궐에 불이 나게 됩니다.
<불길한 징조다!> 라고 생각한 휘종은 서신을 보내 군을 회군하라고 지시하지요.

이서신을 받은 동관은 서신을 가죽 신발 속에 집어넣고, 장수들에게 
"황제께서 공을 독촉하신다!" 라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이에 왕후의 눈부신 용병술로 강족 철기병을 도륙 내고 희하난황로를 회복하게 됩니다.
휘종은 완전히 신이 나서 동관을 사령관에 천거시킨 채경을 진급시키고 전국에 대사면령을 내리기도 하지요.

동관이 강족을 물리쳤다는 소식은 요의 천조제에게도 들어가게 되는데요,
저번에 제가 연재했던 "남조의 인재가 이와 같구나"라며 천조제가 동관을 비웃었던 그 사건입니다.

실상은 천조제가 송이 강족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고, 동관이란 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송에 전해 옵니다. 해서 휘종은 동관을 태위로 승진시켜 요에 사신으로 보내게 되지요.

동관은 강족토벌 뿐만 아니라 남방의 방납, 북쪽의 서하토벌 등 직접 병마를 이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물론 뇌물, 비리 등으로 문제가 있긴 하였지만, 금나라와 해상 동맹을 체결해서 요를 친다는 이 짓만 안 하고 현상 유지만 하였다면 군사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는 능력을 인정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동관의 용병술은 요와 금이 피 터지게 싸우던 중기에, 10만 병력으로 요 1만이 지키던 연경을 
공격하였다가 처참한 패배를 당하기도 하니, 그리 뛰어났던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당시 송군이 워낙 약하기도 하였지만, 유능한 장수가 이끌 때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결론은 동관은 황제 곁에만 딱 달라붙어 아첨만 떠는 유형은 아니었다.
동관은 휘종에게 군사적 능력을 크게 인정받았다.

P.S1) 조만간 송사 동관 열전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P.S2) 동관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환관으로 왕에 봉해졌습니다. (최초는 아니랍니다.^^;;;)
P.S3) 동관이 북송을 망친 간신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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