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오대는 여러면에서 괴이한 시기였다. 끊임없이 바꾸어지는 황제들에, 풍도의 경우 주군을 수차례 바꾸었지만, 명나라 이탁오는 풍도의 이런 행위를 "오대같은 시대니까 이해할 수 있다." 면서 변호 하였다.
그런데, 시대가 어지러워지자, 백성들에 대한 관리들의 행위도 온갖 방식의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과 수탈이 나오게 되었다. 보통 지방관이라고 하면 관료의 일이지만, 오대의 시절에는 무장이 지방관으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중에 조재례趙在禮라는 인물이 있었다.
조재례의 고향은 탁주이고, 당나라 말기부터 석경당의 후진에 이르기까지 절도사를 역임하며 여기저기서 재물을 수탈했다. 이야기는 지금의 하남 상구 지역인, 송주에 조재례가 부임하면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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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재례는 여기서도 신이 나서 백성들을 족치며,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뜯어내고 자신의 배를 불렸다. 백성들은 힘이 없어 당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조재례가 다른 번진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당연히 모든 백성들은 신이 나서 서로 축하하고 환호하였다. 그 후임으로 어떤 사람이 오든, 조재례보다 악랄한 사람이 있을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아! 그 색히 가버리니 눈에서 못을 뽑은것 같네. 아이고 시원타!"
문제는 세상일이라는게, 그렇게 좋은 식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재례는 자신이 떠나자, 백성들이 좋아서 환호하고 소리를 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에서 못을 빼버렸다는데, 여기서 '못'이 누구를 말하는지야 조재례도 모를 일이 아니었고, 그러자 그는 이에 앙심을 품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신이 송주에 1년만 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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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정은 소위 공이 있는 신하들에 대해서는 너그러웠으므로, 조재례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떠난 줄 알았던 못은 다시 눈으로 박히고 말았다.
차라리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테지만, 화가 단단히 난 조재례는 곧바로 발정전(拔釘錢)이라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었다.
拔釘錢.
그렇다.
못 뽑는 돈이라는 말이다.
동서고금에 들어보지도 못한 희대의 못 뽑는 세금이 탄생하여, 백성들은 모조리 뜯겼고, 미처 납부하지 못한 백성들은 사정없이 채찍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렇게 오대의 왕조에서 조재례가 악명을 떨칠때, 남방 십국 중 오국에서는 장숭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사람도 조재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 인물이었다.
탐욕스러운 관리의 횡포에 사정없이 털리기만 하던 백성들은, 그런데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장숭이 도성으로 가서 황제를 배알했는데, 아마도 임지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것이다.
"야 기분좋다! 우린 이제 살았다! 그 "거이" 가 떠났네!"
여기서 거이란 다른 사람을 지칭할때 쓰이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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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도 무색하게, 장숭은 임지로 태연하게 돌아왔고, 그는 "거이가 떠났구나." 하고 백성들이 환호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
"거이세" 이런 세금 들어본적 있는가?
살다 살다 백성들은 이제 "거이세"라는 희대의 세금까지 납부하면서, 그래도 좋은 날이 오겠지 하고 버텨 나갔다. 얼마 뒤, 장숭이 또다시 조정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사람들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다만, 그래도 통쾌한 기분을 숨길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장숭이 떠났으면 하는 마음을,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표시했다.
물론 이쯤되면 결말은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장숭은 돌아왔다. 백성들에게 뺏은 재물로 뇌물을 듬뿍 먹인 탓이다.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한가지 더 추가된게 있긴 있었다. 백성들은 이제 "쓰다듬새" 라는 세금을 또 내야만 했다.
고래부터 세상이 어지러우면 결국 고통받는건 백성들 뿐이다. 부디 '내 꿈이 이루어지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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