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현대 사상계의 거목, 양계초가 말하는 중국 근대사의 거물, 이홍장의 일대기

 리훙장 평전 - 량치차오 박희성, 문세나 역 프리스마 2013.01.11





이홍장의 평전입니다. 
아, 개인적으로는 연재글에서 이제 이홍장이 나올 타이밍인데 이 책이 나오는 바람에 한숨 돌렸습니다.

일단 이홍장 자체가 그야말로 동시대 중국의 얼굴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사건에 엮어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주목이 간 이유는 이홍장 자체보다도,


저자가 양계초 라는 겁니다. 이홍장도 중국 근대사의 유명 인물이지만, 양계초 본인도 중국 근현대의 유명 인물이고.

이홍장도 원세개를 보내서 조선과 관련이 깊기도 하지만,

양계초 본인도 그 저서가 식민지 조선에 전파되어 신채호 등에게 번역되어 독립운동가들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나중에 일제에게 금서 처분 됩니다) 해서 영향력도 있고..



강유위의 제자 양계초.




사실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평론이고,

양계초 본인이 "사정상 주위에 참고할 만한 책이 한 권도 없다. 아마 오류가 많을걸? 아쉽다. 나중에 수정해야지."

라는 충격과 공포의 말을 대놓고 하고 쓴 책이라, 내용 자체에 자잘한 오류가 없지가 않겠지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내용을 참고 문헌 아무것도 없이 썻으면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일단 이홍장이라는 그 시대 거물에 대한, 바로 그 시대에 살던 인물(양계초가 50살 정도 어리기는 하지만 -_-)의 평가를 보는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마침 양계초가 이 글을 작성하던 1900년대 초는, 청일전쟁 패배 등으로 인해 이홍장이 
중국 내에서 한간이다 뭐다 하면서 욕을 얻어먹고 있던 시기였고,


양계초는 이 글에서 쉴드를 치는것..같다가...아닌것...같다가..다시 쉴드를 치다가...다시 아니고..


"이홍장 같은 사람이 영웅? 내가 중국 24사를 다 뒤져봤는데, 이홍장 같은 인물은 한 트럭이 넘게 있다."


이러다가도,


"이홍장 이후의 조정 인물 중 그 발끝이라도 능력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다가도


"국민의 본질도 모르고, 세계의 대세도 모르고, 정치의 근본도 몰랐다."


이러다가도


"그 전 시대 사람이든 동시대 사람(특히 이건 서태후를 강하게 가리키는 느낌이..)이든 그가 새 시대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런데 모든것을 이홍장의 책임으로 돌린단 말인가?"

이러다가도

"도대체 이홍장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두 마디로 결론 내리겠다. 배운것도 없고, 재주도 없어서 파격적이지 못했다."

이러다가도

"고생을 피하지 않고, 비난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이것의 그의 장점이다."


이럽니다.


이렇게 "불학무술" 하다고 신랄하게 까다가도 다시 변호해주고 하는등 태도가 재밌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공연히 하는 말이 "내가 이홍장의 처지를 대신해서 해명해주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이홍장을 너그롭게 용서하면 안된다" -_- 같은 식의 말도 덧붙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곽광, 제갈량, 곽자의,왕안석, 진회, 증국번, 좌종당, 이수성, 장지동, 원세개, 메테르니히, 비스마르크, 글래드스턴, 티에르, 이이 나오스케, 이토 히로부미


이런 국내외의 유명인물들과 이홍장을 연달아 비교하는데, 여기서도 '이홍장과 비스마르크' '이홍장과 제갈량' 이렇게 비교가 되면 "말도 안되는 소리. 이홍장이 뭘 했다고 그들에 비교하는가?" 하고 까다가,


'이홍장과 (간신으로 유명한)진회' 이런 비교에 대해서는 "이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을 만나면 개처럼 짖어댄다고 욕을 해주자." 고 하면서 이홍장의 쉴드를 쳐줍니다. 


애시당초에 양계초는 글 처음 들어가는 부분에서, 이런 말을 먼저 합니다.

"어떤 사람을 예사롭지 않은 간웅인지, 뛰어난 호걸인지 먼저 이야기 하기전에 그가 처한 위차와 상황은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그 후엔 "그걸 이해 못하면 내 글 볼 자격도 없다." 라고 일갈하기까지 


이런면에서 볼때 양계초 본인은 이홍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으니 까일만한 일 한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이런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굳이 면죄부 주고 싶진 않다, 또 이런 입장이고.




여담으로 이 책에서는, 양계초에게는 흑역사가 되겠지만 이홍장이 죽고 나서 더 이상 중국에 인물이 없다고 두려워하면서,


이제 원세개 밖에는 달리 믿을 사람이 없다. 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물론 원세개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다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원세개 밖에 없을 것이다, 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물론 나중에 원세개가 군주제를 주장했을때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실질적으로 원세개 체제를 종말로 이르게 한 채악 역시 양계초의 학당에서 공부한 사람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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