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문종조 이야기를 틈틈히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출신과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했던 문종의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본시 고려는 품계이외의 하급관리(일명 중인?)의 9품이상의 관리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으나,
성종조에 일시 제한을 풀어주었고, 문종조에는 계속된 조정의 중인? 임용금지 청원에 아예
중인?의 관리임용을 법적으로 허용해주는 특별법령까지 제정하게 됩니다.
후에 문종의 아들 숙종은 중인?등의 품계를 대략 7품까지만으로 제한하게 됩니다.
고려사절요 문종 11년(1057년) 8월 기사中
○ 비서성 교감 경정상(慶鼎相)에게 임시로 직한림원(直翰林院)을 맡게 하였는데, 중서성이 아뢰기를, “정상은 철장(鐵匠)의 후손이므로 청환(淸宦)과 요직(要職)에는 합당하지 못하니 삭직하소서." 하니, 왕이 말하기를, “'배추를 캐는 것은 뿌리 때문이 아니다. (《시경》에 있는 말임)' 함은, 대개 그 쓸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긴 것일 뿐이다. 정상의 재주와 식견이 채용할 만한데, 어찌 그의 세계(世系)만을 논하리오." 하고, 윤허하지 않았다.
비서성(秘書省) 교감(校勘) : 유교 경전, 축문, 상소 등을 맡아보던 관청(비서성)의 정9품 관리
직한림원(直翰林院) : 왕명을 문서로 작성하는 관청(한림원)의 정8품 관리
철장(鐵匠) : 대장장이
청환(淸宦) : 한림원등의 관리등을 일컫는 말로 품계는 높지 않으나, 학식이 풍부한 이가 많이 임명되었고,
고위관직으로의 진출이 용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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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절요 문종 12년(1058년) 6월 기사中
○ 문하성이 아뢰기를, “제하시기를, '태사감후(太史鑑候) 이신황(李神貺)이 바람과 구름, 홍수와 가뭄의 징후를 관찰하여 어긋남이 없으니 발탁하여 8품 관직에 제수하라.' 하셨는데, 신황은 세계를 알 수 없고 예전에 조정의 반열에 들어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으며 또 천문을 관찰함은 그의 직무이니, 계자(階資)를 뛰어넘어 제수함은 마땅치 않습니다." 하였다. 제하기를, “그 학술에 정통하기로는 신황 만한 사람이 없으니, 앞서 내린 제에 따라야 한다." 하였다.
태사감후(太史鑑候) : 태사감(현 기상청)의 종9품 관리
계자(階資) : 품계 (이경우는 종9품에서 정8품으로 2계급 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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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절요 문종27년(1073년) 1월 기사中
○ 유사가 아뢰기를, “삼가 법전을 상고하니, 공장(工匠)과 상가(商家)는 각기 기술을 가지고 왕을 섬겨 그 직업에만 전력하고 선비와 같이 벼슬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군기주부 최충행(崔忠幸)과 양온령 동정 양운(梁惲)은 모두 공인의 외손이며, 별장나례(羅禮)와 대정 예순(禮順) 역시 모두 공인의 적손인데 스스로 구류(九流)를 흠모하여 그 직업을 버리고 이미 조정에 올랐으니, 다시 공장으로 충당할 수는 없지마는 각각 현재의 관직을 한정하고 옮겨서 임명하지 마소서." 하니, 제하기를, “옳다. 신해년에 낭장 충맹(忠孟)을 대장군에 한정한 전례를 따라 허통(許通)하여 임용하라." 하였는데, 중서성에서 논박하여 아뢰기를, “충행 등은 큰 공과 재능이 없으면서 세루(世累 선대의 결점)를 덮어 숨기고 분수 넘치게 벼슬에 올랐으니, 변방에서 공을 세운 충맹과 같은 예로 논함은 마땅치 않습니다." 하니, 제하기를, “청환(淸宦)ㆍ요직과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 자리를 제외하고는 일체 앞서 내린 제와 같이 하라." 하였다.
요약
- 대신 "중인들 따위하고 놀기 싫어요"
- 문종 "뭔소리? 옛날에 내가 중인 대장군 시켜줌"
- 대신 "전공을 세운자는 예외로 치죠뭐. 하지만 중인들 따위하고 역시 놀기 싫음"
- 문종 "헛소리 말고 요직 빼고는 모두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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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년 제정된 문종의 특별법령 요약
<전리, 소유, 주선, 막사, 구사, 문복의 후손은 제술, 명경, 율, 서, 산수, 의술, 복술, 지리 등의 과거에 응시하여
9품이상의 관리에 임용될수 있다>
<전쟁에 공이 있는 자는 9품이상의 관리에 임용될수 있다>
고려시대 중인? → 문종이전 품계(9품) 이외의 하급관리, 잡류직에 종사
전리(電吏) : 품관이외의 하급관리(관청이나 향리에서 9품이상의 관리를 보필)
소유(所由) : 어사대에 소속된 나졸
주선(注膳) : 궁중의 식사를 담당하던 하급관리
막사(幕士) : 임금의 물품을 조달하던 하급관리
구사(驅史) : 종친, 재상등을 호종하던 하급관리
문복(門僕) : 성문의 열쇠를 담당하던 하급관리
제술, 명경 : 문관을 뽑는 양대 과거
기타 기술직 : 율, 서, 산수, 의술, 복술, 지리등
-한줄요약 : 과거 볼려면 최소 집안이 중인 이상은 되어야 가능, 중인은 대부분 잡과에 응시하였으나
일부가 제술, 명경에 응시하여 9품 문관이 되면, 승진하는데에도 심한 태클이 들어왔음
지금으로 따지면 장관이 중인출신 9급 공무원이 8급 승진했다고 대통령에게 한마디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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